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내맘대로 쓰는 파리여행기3

travel_다라가 다녀올게요

by 다라다 2020. 7. 15. 15:42

본문

한국인 치고 고흐 모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특히 작품을 한번 보고 나면 그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나도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인상파 작품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고흐를 가장 마음 아파했다. 이 여행은 그래서 내게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고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다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도착하면 처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바로 저 라부 여관(Auberge Ravoux)에서 고흐는 힘든 생을 마무리했다고 한다.그는 1980년 5월 30일 하루 3.50 프랑을 내는 조건으로 투숙을 시작했다. 방에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침대만 겨우 놓일 정도로 매우 다고 한다. 고흐는 이곳에서 70여일을 투숙하며 70여점의 그림을 완성다. 투숙객 사망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고흐 사망 후 저 방은 다음 세입자를 받지 못고 그대로 방치됐던 것이다. 덕분에 방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이번엔 아쉽게도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반드시 입장해서 고흐의 마지막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입장료는 6유로) 

 

 

 

여관 바로 앞은 옛 오베르 시청과 고흐가 그린 그림이 나란히 배치돼있다. 시청은 고흐를 사랑했던 한 사업가에 의해 복원된 것이다. 그가 머물던 숙소에선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라 생각하니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주변을 걷는데 한 가게에서 압생트를 전시해 둔 것이 눈에 띄었다. 압생트는 고흐 뿐만 아니라 그 시대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술이다. 독주라 한동안 매매가 금지되었다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역시..!) 최근엔 보편화되었다. 각설탕을 녹여 함께 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무슨 맛인지 모르겠던...ㅠㅠ ;;; 아무튼 마시면 초록요정이 데려와 좋은 곳으로(부작용으로 환각 효과가 있다고 한다@.@ ㅋㅋㅋ) 이끌어준다는 전설 때문에 초록 요정(Green fairy)로도 불린다. 걷고 걷다 보니 고흐 집도 봤고 압생트도 보았고... 고흐집+압생트 는 모다??=띵작등장!!!! 의 타이밍이었다

 

밀밭을 걸으니 알겠더라. 고흐가 왜 외로웠는지.

 

 

이곳은 고흐가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그린 장소다. 그림도 좋았지만 광활한 밀밭에 직접 와보니 더욱 와닿는 바가 있었다. 밀밭을 직접 경험하니 왠지 알 것 같았다. 고흐가 왜 그렇게 외로웠는지. 왜 그렇게 혼자서 삶과 사투를 벌였는지. 고흐는 생전 동생 테오와 수시로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이곳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보낸 편지엔, '드디어 몸이 좀 나아지고 있어. 너도 내 그림을 보면 밝아진 것이 느껴지지 않니.' 라는 말이 있다. 당시 그림을 보면 딱히 변한 게 없어보이는데도... 테오는 또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고흐를 위로하고, 고흐는 그래 그런거 맞지? 고개를 주억거리고, 애써 자신과 자신 삶을 위로하며 또 하루를 견뎌 살아간다. 그야말로 살기 위한 고군분투였다.  

 

 

고흐는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고단하게 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밀밭엔 정말 까마귀가 많아서, 고흐가 왜 이 둘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광활한 들녘과 석양, 낮은 구름과 까마귀에서 왜 외로움을 느꼈는지도. 바람이 막 사방으로 부는 가운데 홀로 선 고흐는 고민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고단할 필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이대로 바람에 슬쩍 쓸려가도 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에 대해. 그리고 머지 않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마지막은 고흐와 테오의 묘지를 둘러보았는데 한쪽에서 장례식 중이라 사진을 찍을 순 없었다. 대략적인 장소만 훑어보는 정도였지만 고흐가 마지막 걸었던 길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 그를 훨씬 더 알게 된 것 같아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단순히 유명화가의 뒤를 쫓는다는 의미보단, 너무 외로웠던 한 생명체, 고독한 한 세계를 조금이나마 탐방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더 공부가 많이 됐다. 죽음에 관한 대부분 단어가 다 부정적이지만, '영면'은 어쩐지 위로가 된다. 사는 내내 고군분투했던 고흐 아저씨가 지금은 정말 편안한 '영면' 중이기를 바란다. 우리 또한 내내 지치고 힘들더라도 마지막엔 결국 영면으로 마무리 될 수 있길. 여러 친구들이 고단함에 지쳐 쓰러지는 와중 울림이 있는 여행이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